작은 돌의 왕국에서 만나는 네 가지 기후와 네 가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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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론: 지구를 조금 옮기면 금성이 될까?
태양에 가까운 순서대로 네 암석 행성을 그리면, 지구를 조금 줄이거나 늘리고 색만 칠한 공들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금성과 지구의 크기는 매우 비슷합니다. 그러나 금성의 표면은 약 735 K의 뜨거운 환경이고, 지구에는 바다와 대륙, 비교적 얇은 대기와 생명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는 크기 그림 한 장이 설명하지 못하는 역사가 있습니다.
수성은 태양에 가장 가깝지만 평균적으로 가장 뜨거운 표면을 가진 행성이 아닙니다. 화성은 지구와 비슷한 하루와 계절을 가지면서도 매우 얇은 대기 아래에 있습니다. ‘가까우면 뜨겁고 멀면 춥다’는 첫 문장은 맞는 방향을 가리키지만, 실제 세계를 결정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번 편은 네 개의 백과사전 항목을 따로 외우는 여행이 아닙니다. 공통 재료와 내부 구조, 들어오는 빛과 나가는 열, 대기를 붙잡거나 잃는 과정, 자전과 자기장이 어떻게 다른 결과를 만드는지 비교합니다. 수식은 네 세계를 한 숫자로 재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단순한 예상과 실제 관측의 차이를 찾아내는 도구로 사용하겠습니다.

관측 사진 — 1980년 화성의 북반구 여름에 촬영한 바이킹 궤도선 영상 약 100장을 합친 모자이크입니다. 오늘의 실시간 영상은 아닙니다. 출처·크레딧: NASA/JPL-Caltech/USGS
1. 같은 돌의 세계라는 말에 담긴 것과 빠진 것
수성·금성·지구·화성은 주로 금속과 규산염 암석으로 몸을 이룹니다. 성장 과정의 충돌과 내부의 방사성 열 등으로 물질이 녹고 이동할 수 있을 때, 밀도가 높은 성분은 중심 쪽으로, 가벼운 성분은 바깥으로 나뉩니다. 이를 분화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금속이 풍부한 핵과 암석 맨틀, 얇은 지각이라는 공통 틀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층의 상대적인 크기와 상태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수성은 몸집에 비해 금속 핵의 비중이 큽니다. 지구에는 액체 외핵과 고체 내핵이 있고, 화성의 핵 크기와 상태는 중력·자전과 지진 자료를 함께 해석합니다. 금성의 내부도 지구와 비슷할 것이라는 첫 근사를 세울 수 있지만, 내부를 직접 본 것이 아니며 구조와 열수송은 연구 과제입니다. NASA 수성 자료, NASA 지구 구조, NASA 화성 자료
아래 표는 몸집과 무게를 비교하기 위한 값입니다. 반지름은 같은 부피의 구로 환산한 평균반지름이고, 질량과 함께 JPL 물리량 표에서 반올림했습니다. 거리는 대표 반장축입니다. 현재 행성이 있는 위치를 뜻하지 않습니다.
| 행성 | 반장축, AU | 평균반지름, km | 질량, 지구=1 | 이 글의 구형 표면중력, m/s² |
|---|---|---|---|---|
| 수성 | 0.387 | 2,439 | 0.0553 | 3.70 |
| 금성 | 0.723 | 6,052 | 0.815 | 8.87 |
| 지구 | 1.000 | 6,371 | 1.000 | 9.82 |
| 화성 | 1.524 | 3,390 | 0.107 | 3.73 |
표면중력은 $g=GM/R^2$로 계산했습니다. 회전 때문에 느끼는 유효중력과 지형·위도 차이는 생략한 구형 근사이므로, 자료의 적도 유효중력 값과 소수점까지 같아야 하는 표는 아닙니다. JPL 행성 물리량의 정의와 값
$$ g=\frac{GM}{R^2},\qquad \frac{g}{g_\oplus}=\frac{M/M_\oplus}{(R/R_\oplus)^2}. $$$R$은 m 단위 반지름이고 $M$은 kg 단위 질량입니다. 지구 반지름의 절반인데 질량도 절반인 천체라면 중력은 절반이 아니라 두 배가 됩니다. 질량과 거리의 제곱이 함께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실제 화성은 지구 반지름의 약 0.532배이고 질량은 약 0.107배여서, 중력은 약 $0.107/0.532^2\approx0.38$배입니다.
그림을 만든 파이썬 코드 보기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names = ['Mercury','Venus','Earth','Mars']
radius = np.array([2439.4,6051.8,6371.0084,3389.5],dtype=float)*1000
mass = np.array([0.330103,4.86731,5.97217,0.641691],dtype=float)*1e24
gravity = 6.67430e-11*mass/radius**2
bg, fg = '#0d1117', '#e6edf3'
fig, axes = plt.subplots(1,2,figsize=(12,5.5))
fig.patch.set_facecolor(bg)
for ax in axes:
ax.set_facecolor(bg)
ax.tick_params(colors=fg)
ax.grid(axis='y',color='#30363d')
for spine in ax.spines.values():
spine.set_color('#484f58')
axes[0].bar(names,radius/radius[2],color=['#a5a5a5','#ffd8b5','#79c0ff','#ff7b72'])
axes[1].bar(names,gravity,color=['#a5a5a5','#ffd8b5','#79c0ff','#ff7b72'])
for i,value in enumerate(gravity):
axes[1].text(i,value+0.15,f'{value:.2f}',ha='center',color=fg)
axes[0].set_ylabel('Mean radius / Earth mean radius',color=fg)
axes[1].set_ylabel('Spherical gravity GM/R^2 (m/s^2)',color=fg)
axes[1].set_ylim(0,11)
fig.suptitle('Rocky worlds: size alone does not determine surface gravity',color=fg)
fig.tight_layout()
plt.show()

수성과 화성의 반지름은 꽤 다르지만 계산한 표면중력은 비슷합니다. 수성은 평균밀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금속을 품습니다. 금성과 지구는 반지름과 중력 모두 가까운 편입니다. 이제 비슷한 중력이 왜 비슷한 기후를 보장하지 않는지, 각 세계의 실제 조건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2. 수성: 긴 낮과 긴 밤, 그리고 그늘의 얼음
수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이며 희박한 외기권을 가집니다. 외기권은 입자 사이 충돌이 드문 매우 희박한 환경입니다. 지구 같은 두꺼운 대기가 열을 널리 재분배하는 조건과 다릅니다. 햇빛을 오래 받는 표면은 약 700 K 가까이 뜨거워지고 밤의 표면은 약 100 K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온도는 장소와 시간에 크게 달라지므로 한 평균값으로 머무를 환경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NASA 수성의 환경
앞의 공명 편에서 수성은 3:2 자전–공전 공명에 있다고 했습니다. 태양을 두 바퀴 도는 동안 자기 축으로 세 번 자전합니다. 항성에 대한 자전주기는 약 58.65일이고 공전주기는 약 87.97일입니다. 그런데 표면에서 태양이 다시 같은 방향에 나타나는 태양일은 그보다 더 길어 약 175.94일입니다.
왜 하루가 자전 한 번보다 길까요? 행성이 자전하는 동안 태양 주위에서도 이동해 태양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순행 자전의 평균적인 상대각속도 차이를 사용하면
$$ \frac1{T_{\mathrm{solar}}} =\frac1{T_{\mathrm{spin}}}-\frac1{T_{\mathrm{orbit}}}. $$3:2 관계에서 $T_{\mathrm{spin}}=\frac23T_{\mathrm{orbit}}$이므로 $T_{\mathrm{solar}}=2T_{\mathrm{orbit}}$가 됩니다. 실제 수성은 이심률이 큰 궤도에서 공전각속도가 변하므로, 태양의 하늘 움직임에는 단순 평균 시계보다 복잡한 정지와 방향 변화도 있습니다. 긴 태양일 숫자를 ‘태양이 하루 종일 균일하게 움직인다’로 확장하지는 않습니다.
뜨거운 행성이라는 이름과 함께 수성의 극지 얼음도 기억합시다. 자전축 기울기가 매우 작아 극지의 깊은 분화구 바닥에는 오랫동안 햇빛이 들지 않는 영구그늘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곳이 차가운 덫처럼 작용해 물얼음을 보존합니다. 태양 가까이 있다는 전역 조건과, 특정 지형의 그늘이라는 국지 조건이 함께 작동합니다. 레이더 관측과 메신저 탐사선의 자료가 이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수성에는 지구보다 약하지만 자체적인 자기장이 있습니다. 작은 몸집이라고 내부가 전부 굳어 작동을 멈췄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금속 핵의 일부 상태와 운동은 탐사선이 재는 자기장과 중력장, 자전 자료로 제약합니다. 거대한 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는 초기 재료 분포와 충돌, 물질 손실 같은 여러 설명이 연구됩니다. 관측된 큰 핵과 그 형성 원인을 같은 확정 사실로 묶지 않겠습니다.
3. 금성: 들어오는 빛만 계산하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다
금성은 지구 평균반지름의 약 95%입니다. 그러나 표면 기압은 지구 해수면의 약 92배이며,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입니다. 두꺼운 구름은 많은 태양빛을 반사하고, 아래쪽 표면은 약 735 K입니다. 자기 축으로 도는 방향도 지구와 반대인 역행 자전이며, 항성 자전주기의 크기는 약 243일입니다. 공전주기 약 225일보다 길지만, 역행 때문에 태양일은 약 117일로 그보다 짧습니다. NASA 금성 자료
금성이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워도 높은 반사율 때문에 흡수하는 빛의 평균량을 따져 보면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반사율 중 Bond 알베도 $A$는 들어온 태양 복사 에너지 중 전체로 반사되는 비율입니다. 망원경에서 특정 방향의 밝기를 비교하는 기하학적 알베도와 다릅니다. 에너지 장부에는 Bond 알베도를 사용합니다. 아래 비교값은 NASA 상세 자료의 수성 0.068, 금성 0.77, 지구 0.294, 화성 0.250을 사용합니다. 자료와 시대에 따라 추정값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 선택을 밝힙니다. 알베도 정의, 금성 상세 자료
행성이 반지름 $R$인 구이고 빛을 받는 단면은 $\pi R^2$, 열을 방출하는 전체 표면은 $4\pi R^2$라고 합시다. 반사 뒤 흡수한 에너지와 흑체 복사로 내보내는 에너지를 맞추면
$$ \pi R^2 S(1-A)=4\pi R^2\sigma T_{\mathrm{eq}}^4, \qquad T_{\mathrm{eq}}=\left[\frac{S(1-A)}{4\sigma}\right]^{1/4}. $$$S$는 해당 거리에서 태양광에 수직인 면이 받는 복사조도, $\sigma$는 슈테판–볼츠만 상수 $5.670374419\times10^{-8}\,\mathrm{W\,m^{-2}\,K^{-4}}$입니다. 내부 열은 무시하고, 전체 표면이 균일하게 재복사하며, 대기의 온실 효과를 따로 넣지 않은 모형입니다. 따라서 이 온도는 특정 지역의 실제 표면기온을 예측하는 값이 아닙니다.
그림을 만든 파이썬 코드 보기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names = ['Mercury','Venus','Earth','Mars']
a = np.array([0.387,0.723,1.0,1.524],dtype=float)
bond = np.array([0.068,0.77,0.294,0.250],dtype=float)
S = 1361/a**2
sigma = 5.670374419e-8
Teq = (S*(1-bond)/(4*sigma))**0.25
reference = np.array([np.nan,735.0,288.0,210.0])
bg, fg = '#0d1117', '#e6edf3'
fig, ax = plt.subplots(figsize=(11,6))
fig.patch.set_facecolor(bg)
ax.set_facecolor(bg)
x = np.arange(4)
ax.bar(x-0.16,Teq,width=0.32,color='#79c0ff',label='Uniform no-greenhouse equilibrium model')
ax.bar(x+0.16,reference,width=0.32,color='#ff7b72',label='Approximate surface reference')
ax.vlines(-0.02,100,700,color='#ffd8b5',lw=3,label='Mercury day-night examples (~100-700 K)')
for i,temp in enumerate(Teq):
ax.text(i-0.16,temp+12,f'{temp:.0f} K',ha='center',color=fg,fontsize=10)
ax.set_xticks(x,names)
ax.set_ylabel('Temperature (K)',color=fg)
ax.set_ylim(0,850)
ax.tick_params(colors=fg)
ax.grid(axis='y',color='#30363d')
for spine in ax.spines.values():
spine.set_color('#484f58')
ax.legend(facecolor=bg,labelcolor=fg,edgecolor='#484f58',fontsize=9,loc='upper right')
fig.suptitle('Absorbed sunlight alone is not a surface-climate model',color=fg)
fig.tight_layout()
plt.show()

모형에서는 금성의 평형온도가 약 227 K로 지구 약 255 K보다 낮게 나옵니다. 실제 표면 기준은 정반대입니다. 그림의 735 K(금성), 288 K(지구), 210 K(화성)는 NASA 행성 사실표를 반올림한 평균 표면온도 기준입니다. 한 지역의 낮·밤 온도나 대기 상층의 온도와는 구별합니다. 금성의 구름이 강하게 반사해 태양빛 흡수량을 줄이는 효과와, 두꺼운 대기가 열복사의 탈출을 바꾸는 효과가 서로 다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금성이 뜨거운 이유를 ‘구름이 빛을 많이 흡수해서’로 바꾸어 말하면 에너지 장부를 잘못 읽게 됩니다.
온실 기체는 행성이 내보내는 적외선을 흡수하고 다시 방출합니다. 우주로 에너지가 나가는 유효한 높이와 온도가 바뀌며, 표면은 그 장부를 맞추는 다른 온도에 놓일 수 있습니다. 열이 영원히 갇혀 하나도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나가는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되, 그때 표면과 대기의 온도 구조가 달라집니다.
작은 모형으로 한 층의 대기를 붙여 봅시다. 대기가 태양빛에는 투명하고 적외선의 비율 $\epsilon$을 흡수하며 위아래로 같은 양을 방출한다고 가정합니다. 내부 열과 대류를 제외한 복사평형에서
$$ T_s=T_{\mathrm{eq}}\left(1-\frac\epsilon2\right)^{-1/4},\qquad0\le\epsilon\le1. $$$T_s$는 모형의 표면온도입니다. $\epsilon=0$이면 대기 없는 값, 1이면 평형온도의 약 1.19배입니다. 식은 대기 한 층의 위·아래 복사와 표면 흡수를 맞춘 결과입니다. 한 층만 두었으므로 금성의 약 735 K를 재현할 수 없습니다. 실패를 숨기지 말고 어떤 물리를 더 넣어야 하는지 묻는 것이 이 모형의 역할입니다.
위젯에서 행성, Bond 알베도, 대기의 적외선 흡수율을 바꿔 보세요. 금성을 고른 뒤 흡수율을 1까지 올려도 실제 금성 표면의 기준선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반사율을 높이면 모형 온도는 내려가고, 적외선 흡수를 높이면 올라갑니다. 서로 반대 방향의 효과를 직접 비교할 수 있습니다.
여기의 흡수율은 실제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습니다. 구름과 파장별 흡수, 여러 층의 대기, 압력에 따른 선폭, 대류와 물의 되먹임을 생략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후 예측이나 금성의 과거 역사를 판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두 물리 효과와 모형의 한계를 드러내는 실험입니다.
4. 지구: 바다와 대기가 서로의 역사를 바꾼 세계
지구의 대기는 주로 질소와 산소이고,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같은 성분이 복사와 기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약 288 K라는 전지구 표면온도 기준을 자주 사용하지만, 적도와 극지, 낮과 밤, 바다와 육지는 서로 다른 온도를 가집니다. 평균이 한 지역의 생활 환경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태양빛의 분배와 대기·바다의 열수송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지구에서 물은 바다와 얼음, 수증기로 오갑니다. 물이 증발할 때 에너지를 가져가고 응결할 때 되돌려 주며, 구름은 태양빛을 반사하는 동시에 적외선 복사에도 영향을 줍니다. 빛의 예산과 물의 순환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순한 평형온도에서 실제 표면기온으로 넘어가려면 바로 이 연결을 다루어야 합니다. NASA 지구의 대기와 물
지구 내부의 열은 맨틀 대류와 판 운동, 화산과 연결됩니다. 판구조론은 표면의 바위판이 움직이고 재순환하는 과정입니다. 탄소는 대기·바다·생물과 암석 사이를 오가며, 긴 시간에는 풍화와 퇴적, 섭입과 화산활동이 대기 성분을 바꿉니다. 그렇다고 이 순환이 모든 교란을 즉시 상쇄하는 자동 조절기인 것은 아닙니다. 각 과정의 시간척도와 조건이 다릅니다.
생명도 환경의 단순한 손님만은 아닙니다. 생물은 물질을 이동시키고 대기 성분을 바꾸며 지질 기록을 남깁니다. 현재의 산소 많은 대기를 초기 지구의 출발 조건처럼 투영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구와 금성의 차이를 오늘의 태양거리와 대기 성분 두 숫자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수십억 년의 변화와 되먹임을 비교해야 합니다.
지구 자기장은 주로 전도성 액체 외핵의 운동과 연결된 발전기 작용에서 나옵니다. 자기장은 태양풍과 지구 고층 대기의 상호작용을 바꿉니다. 다만 ‘자기장이 있으면 대기는 영원히 보존되고 없으면 즉시 사라진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자기장은 입자 흐름을 막거나 방향을 바꾸는 동시에 특정 경로의 입자 이동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탈출에는 중력, 고층 대기 온도와 조성, 태양 활동, 시간의 역사가 함께 중요합니다.
지구는 비교의 기준점으로 편리하지만 모든 암석 행성의 정상형은 아닙니다. 어떤 세계의 표면과 대기를 지구의 조건으로 읽을지, 그 세계만의 조건으로 읽을지 구분해야 합니다. 금성에서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다’가 친숙한 표면을 보장하지 않았던 것처럼, 화성의 하루가 비슷하다고 기압과 물도 비슷한 것은 아닙니다.
5. 화성: 물의 흔적과 얇은 대기가 함께 남긴 질문
화성의 하루는 약 24.6시간, 자전축 경사는 약 25도입니다. 지구의 하루와 경사에 비슷한 숫자여서 친숙한 계절을 상상하게 합니다. 그러나 공전주기는 약 687일이고,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이면서 표면 기압이 대략 수 mbar 규모입니다. 대표적으로 약 6mbar를 쓰며, 고도와 계절에 따라 변합니다. 지구 해수면 약 1bar의 1%도 안 되는 척도입니다. NASA 화성의 환경
액체 물의 안정성에는 온도뿐 아니라 압력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물이 녹을 만한 온도라는 이유만으로 화성 표면에 오래 유지되는 강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물은 현재 얼음과 수증기로 존재하고, 얕은 표면에서는 승화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액체나 소금물 가능성을 논할 때도 장소와 온도·압력 조건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과거의 강과 호수, 델타처럼 읽히는 지형과 물에 의해 변한 광물은 화성에 물이 관여한 역사를 알려 줍니다. 이것은 ‘화성은 언제나 지구와 똑같은 따뜻한 바다 행성이었다’는 단일 그림을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시기에 얼마나 오래, 어떤 규모의 액체 물이 있었는지에 관한 모델들이 관측과 비교됩니다. 지형 하나에서 장기 전지구 기후를 곧바로 확정하는 것보다 여러 자료를 함께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화성은 지금 지구 같은 전지구적 내부 자기장을 갖지 않지만, 지각에는 과거 자기장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내부 발전기와 열 진화가 달라졌다는 단서입니다. 작은 몸집은 내부 열을 잃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지만, ‘작으니 완전히 죽었다’는 말로 현재의 내부와 지질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지진과 중력, 표면 지형은 서로 다른 깊이의 정보를 줍니다.
MAVEN은 화성의 고층 대기와 우주 환경을 연구하며 대기 손실 과정을 측정합니다. 태양풍과 복사, 이온화와 입자 충돌, 여러 탈출 경로가 작동합니다. 잃은 대기의 역사를 추정하려면 현재 손실률만 수십억 년 동안 일정하게 곱해서는 안 됩니다. 젊은 태양의 활동과 당시 대기 조건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NASA MAVEN 임무
따라서 화성의 물 문제는 물이 현재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 과거에 어느 정도가 있었는지, 내부·표면·우주 사이로 어떻게 이동하거나 사라졌는지를 나누어 묻습니다. 얼음으로 묶이는 과정, 지질에 들어가는 과정, 수소가 우주로 탈출하는 과정은 다른 장부입니다. 하나의 극적인 원인보다 그 장부들을 맞추는 일이 행성의 역사를 설명합니다.
6. 대기를 붙잡는 힘: 탈출속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종류의 입자라도 더 뜨거우면 더 빠르게 움직이고, 같은 온도에서는 가벼운 입자가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기체의 전형적인 운동 척도 가운데 하나인 제곱평균제곱근 속력은
$$ v_{\mathrm{rms}}=\sqrt{\frac{3k_B T}{m}} $$입니다. $k_B$는 볼츠만 상수, $T$는 입자 운동을 나타내는 온도, $m$은 한 입자의 질량입니다. 기체 전체가 한 방향으로 이 속력으로 흐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 방향과 속력을 가진 분포의 통계값입니다.
반면 행성에서 중력 결속을 벗어나는 두 천체 근사 탈출속력은
$$ v_{\mathrm{esc}}=\sqrt{\frac{2GM}{R}}. $$표면에서 계산하면 수성 약 4.25, 금성 약 10.36, 지구 약 11.19, 화성 약 5.03km/s입니다. 실제 대기 탈출은 표면보다 높은 곳에서 일어나므로 그 높이의 거리와 상태가 중요합니다. 아래 비교는 물리적 척도를 보여 주기 위해 표면 탈출속력과 가상의 1,000 K 기체 운동속력을 따로 놓은 그림입니다.
그림을 만든 파이썬 코드 보기
import numpy as np
import matplotlib.pyplot as plt
G, kb, atomic_unit = 6.67430e-11, 1.380649e-23, 1.66053906660e-27
names = ['Mercury','Venus','Earth','Mars']
radius = np.array([2439.4,6051.8,6371.0084,3389.5],dtype=float)*1000
mass = np.array([0.330103,4.86731,5.97217,0.641691],dtype=float)*1e24
escape = np.sqrt(2*G*mass/radius)/1000
T = 1000.0
species = [('H atom',1.008,'#ffd8b5'),('H2',2.016,'#7ee787'),('CO2',44.01,'#d2a8ff')]
bg, fg = '#0d1117', '#e6edf3'
fig, ax = plt.subplots(figsize=(11,6))
fig.patch.set_facecolor(bg)
ax.set_facecolor(bg)
ax.bar(names,escape,color='#79c0ff',alpha=0.75,label='Surface escape speed, spherical model')
for name,molecular_mass,color in species:
rms = np.sqrt(3*kb*T/(molecular_mass*atomic_unit))/1000
ax.axhline(rms,color=color,lw=2,ls='--',label=f'{name}: RMS at assumed 1000 K ({rms:.2f} km/s)')
ax.set_ylabel('Speed (km/s)',color=fg)
ax.set_ylim(0,14)
ax.tick_params(colors=fg)
ax.grid(axis='y',color='#30363d')
for spine in ax.spines.values():
spine.set_color('#484f58')
ax.legend(facecolor=bg,labelcolor=fg,edgecolor='#484f58',fontsize=9,loc='upper left')
fig.suptitle('Atmospheric retention scales: a comparison, not an escape-rate prediction',color=fg)
fig.tight_layout()
plt.show()

동일한 가정 온도에서 수소 원자는 이산화탄소 분자보다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러나 평균적인 속력이 탈출속력보다 낮다고 탈출이 완전히 0은 아닙니다. 속도분포의 빠른 꼬리에 있는 입자가 떠날 수 있고, 높은 곳의 충돌과 밀도, 시간척도도 필요합니다. 반대로 선 하나가 더 높다는 이유만으로 대기 전체가 다음 날 사라진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열적 탈출 외에도 입자가 빛을 받아 이온화되고 자기장과 전기장에 의해 이동하는 과정, 입자 충돌에 의한 손실, 초기의 대규모 유체 흐름, 충돌 사건 등이 있습니다. 표면의 288 K나 735 K를 그대로 이 식에 넣어 고층 탈출을 계산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고층 대기의 온도와 입자 조성은 표면과 다릅니다. 대기 보존은 속력 두 개의 대결이 아니라 여러 층과 시간의 문제입니다.
이 관점으로 네 세계를 다시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수성은 강한 가열과 작은 중력, 희박한 외기권을 가집니다. 금성은 지구에 가까운 중력과 엄청나게 두꺼운 대기를 가집니다. 지구는 물과 지질·생명이 계속 성분을 바꾸는 대기를 갖고 있습니다. 화성은 작은 중력과 달라진 내부, 과거와 현재의 우주 환경 속에서 대기가 변했습니다. 한 변수만 고른 쉬운 설명이 모든 세계를 동시에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7. 마무리: 네 행성은 크기보다 역사로 갈라진다
네 암석 행성은 금속 핵과 암석 맨틀이라는 친숙한 재료를 공유합니다. 하지만 핵의 상대 크기, 내부의 열과 운동, 자전의 박자, 대기의 양과 성분, 물의 저장과 순환은 다릅니다. 반장축으로 받은 빛을 계산한 뒤에도 아직 실제 표면까지는 여러 물리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수성의 얼음은 태양거리와 국지 그늘을 함께 보게 합니다. 금성의 뜨거운 표면은 반사와 적외선 탈출을 구분하게 합니다. 지구의 물과 생명은 환경과 거주자가 서로 역사를 바꾼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화성의 물 흔적과 대기 손실은 현재의 풍경에서 과거의 조건을 추론하는 어려움을 보여 줍니다.
앞으로 어떤 행성의 소개를 읽든 거리, 크기, 대기 성분 한 줄로 결론내리지 마세요. 관측된 현재 상태와 그 상태를 만든 역사 모델을 나누고, 모형이 생략한 과정을 확인하면 더 오래 남는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큰 행성만큼 오래된 기록을 품은 작은 세계들, 소행성과 운석과 먼지로 시선을 옮깁니다.